하노이 한인타운에서의 따뜻한 한식 한 그릇, ‘차차차’

 

차차차 점심 반찬


한낮의 햇살이 골목 벽을 타고 흘러내리던 하노이의 어느 오후, 이국적인 오토바이 소음 사이로 또렷한 한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차차차’익숙한 글씨체와 붉은 나무 간판이 주는 안도감은, 타지에서 문득 그리워지는 한국의 냄새 그 자체였다. 향신료 강한 현지식에 지친 사람이라면, 이곳의 공기만으로도 잠시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식당 앞에는 한국식 메뉴판들이 줄지어 서 있고, 갈비탕과 김치찌개의 붉은색, 비빔밥의 다채로운 색감이 식욕을 자극한다.


인테리어와 분위기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무 기둥이 드러난 천장 구조가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 밝은 조명 아래 정돈된 테이블,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식기, 그리고 구이용 불판이 세팅된 모습은 전형적인 ‘한국 고깃집의 점심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가죽 쿠션 의자는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편했고, 실내에는 에어컨 바람이 적당히 돌아 쾌적했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바깥으로는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하노이의 일상, 안쪽으로는 고기 굽는 냄새가 어우러지며 묘한 조화가 느껴진다.

주방 쪽에서는 금속 그릇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김치찌개의 보글보글 끓는 냄새가 은은히 퍼졌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한국 교민으로 보이는 손님들과 현지인들이 자연스레 섞여 자리를 채운다. 그만큼 이곳은 ‘한국 맛’을 찾는 이들 사이에 이미 입소문이 퍼진 듯했다.


오늘의 선택 – 뼈해장국

이번 방문에서 선택한 메뉴는 뼈해장국(179,000VND). 뚝배기째 담겨 나온 국물은 보기만 해도 진국이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며 들깨가루 향이 코끝을 스친다. 큼직하게 들어 있는 돼지 등뼈는 숟가락만 대도 쉽게 분리될 정도로 부드럽다. 국물은 진하면서도 맵지 않고 깔끔한 편으로, 현지식보다는 훨씬 자극이 덜하다. 처음에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먹다 보면 담백한 육향이 입안에 깊게 남는다.

순두부찌게를 주문해서 나온 돌솥밥은 뚜껑을 열자마자 고슬고슬한 김이 피어오른다. 갓 지은 밥의 윤기와 따뜻한 온기가 찌게 국물과 어우러지며, 속을 편안하게 덮어주는 느낌이다. 밥 한 숟갈에 국물 한 입, 그리고 오이무침을 곁들이면 맛의 조화가 딱 떨어진다.

반찬은 총 여덟 가지. 오이무침, 깻잎절임, 배추김치, 어묵볶음, 소시지볶음, 미역줄기볶음, 양배추절임, 그리고 약간의 젓갈류까지 준비되어 있다. 모든 반찬이 과하지 않게 간이 되어 있어 메인 요리와 잘 어울린다. 특히 깻잎의 은은한 향이 해장국의 기름기를 정리해줘, 국물 맛을 한층 깔끔하게 만들어준다.


서비스와 전반적인 인상

직원들은 밝고 친절했다. 대부분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해 주문이나 요청이 어렵지 않았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분 정도로 빠른 편이었다. 매장은 깔끔하게 유지되고, 테이블 정리 속도도 만족스러웠다. 특히 점심시간 피크타임에도 소란스럽지 않고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차차차’의 매력은 정직함이다. 특별한 연출이나 화려한 플레이팅보다는, 한국의 가정식 식탁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담백한 정서가 흐른다. 맛의 강도가 ‘상’급처럼 깊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중’ 수준으로 평가하기엔 충분한 안정감을 갖췄다. 꾸준히 먹을 수 있는 맛, 매일 점심으로도 부담 없는 한 끼. 그게 이곳의 진짜 경쟁력이다.


총평

‘차차차’는 화려함보다 진심이 담긴 식당이다. 단골이 생길 법한 정갈함, 그리고 한식 특유의 온기가 있다. 하노이에서 장기 체류 중인 교민이나 여행 도중 한식이 그리운 이들에게는 훌륭한 ‘점심 안식처’가 될 것이다. 김이 피어오르는 뚝배기를 앞에 두고 잠시 젓가락을 내려놓을 때, 낯선 도시의 오후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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